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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더 편하게 타자를 치는 방법은 없을까

녹색 모니터에 베이직은 제쳐두고 쉬프트키를 연신누르며 페르시아 왕자를 즐기던 그 시절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자 손목이 나는 더 이상 그대와는 못살겠다며 파업을 선언했다. 윙미?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면 통증이 생긴다. 그래도 칠때는 쳐야 하기에 고통을 참고 연신 두들겨댄다. 속세말로 손목터널증후군이란다.

그래서 일단 멤브레인에서 팬타그래프 키보드로 바꿔 사용하다가 기왕에 쓰는거 진정한 용자(?)가 되보자 해서 hhk나 리얼포스를 뒤적거렸다. 웹서핑을 열나게 하다보니 이상한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고 급기야 속기라는 게 있다는 걸 발견했다. 좌우가 벌어진 네추럴 타입에 분당 1300타까지 가능하다는 문구에 현혹되서 한번 써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확실히 희귀한 종이라 가격이 후덜덜했다. 결국 카스윈 이라는 입문용 키보드를 중고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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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스윈

80년대 녹색 흑백화면에나 어울릴 듯한 디자인아닌가. 그리고 오타율은 어찌나 높은지 조금 쳐보다가 부숴버리고 싶었다. 완전실망. 그래도 비싸게 주고 큰맘먹은 거니까 방법을 찾다가 분해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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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분해된 키보드

이 방식이 무슨 방식인지는 잘 모르것다. 다만 고무가 닿을 때 눌리는 것을 보니 접점이 깨끗하면 잘 되지 않을까해서 알콜로 열나게 닦아줬다. 오, 그러고나니 꽤 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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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키보드 배치모양

장님이 아니면 키보드 배치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속기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한번에 한 글자를 칠 수 있다는거다.

“백”을 치려면 ㅂㅏㅣㄱ을 동시에 누르면 된다. 현재 키보드가 익숙해진 상태에서 한마디하자면 분당 300타 정도를 쳐도 손가락이 눈썹 휘날리도록(?)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필자는 2벌식기준으로 700타정도가 나오는데 실제로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손이 안보인다고 우스겟소리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자판배열을 다 익히지 못해서 답답하기는 하나 손목이 피로할 일이 없다.

잠시후에 카스윈의 상위기종인 카스플러스(네입어에서 제품을 사려고 검색해보니 술집이 주로 나오더라.)를 소개하겠지만 멤브레인같은 카스윈 키보드로는 동시에 3자, 4자씩 치기가 어렵고 오타율이 높은 편이다.

또 하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약어가 무지 많다는거다. “많”이라는 단어를 칠 때는 오른쪽 ㅁ과 왼쪽 ㅎ을 동시에 눌러주면 된다. 2벌식으로 4타가 필요한 것을 한번으로 줄여준다. 이런 약자가 6000개정도 된다고 하는데 외워야만 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모르면 그냥 눌러주면 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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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스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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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치는 모습

(잘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눌린다.)

카스윈에는 만족을 못해서 상위기종을 구하기로 했다. 확실히 플러스는 모양도 특이한게 뭔가 포스를 풍긴다. 플러스는 일반 키보드와는 다르게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느낌이다. 지긋이 눌러주기만 하면 되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않는다. 신기하게도 정말 편하다.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는 기분이랄까.

이건 들고다니기도 안습이고 검은색 속기키를 제외한 나머지키는 그냥 키보드, 배열도 영 아니라서 편집작업에도 쓰기 문제가 있고 웹서핑 등에는 완전 쥐약이다. 하지만 많은 양의 타자에다자 손목증후군에 시달리면 도전해볼만 하겠다. 이건 속기사라는 직업과는 전혀 무관하게 개인의 활용가능성에서 생각해본 것이다. 그분이 오셔서 dslr을 지를 수 있는 용자(?)라면 이것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떡밥을 던져놓고 반대로 말하고 있지만 도전해보라는 말은 아니다. 얼마전 댓글에 “섣불리 도전하지 말기 바랍니다.” 라고 쓰여있었는데 확실히 공감한다.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본전치기가 시작되지 그전까지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까나. 그러니까 뭐랄까. 눈길을 걷는데 스키를 배우는 것 같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이다. 선택은 알아서.ㅎㅎ

by Frontiis